사전을 펼쳐 ‘연출’이란 단어를 찾아보자.


연ː출(演出) [명사][하다형 타동사]
1. 연극·영화·방송극 따위에서, 대본(臺本)에 따라 배우의 연기나 무대 장치·조명·음향 효과 따위를 지도하고, 전체를 종합하여 하나의 작품이 되게 하는 일.

2. 규모가 큰 식(式)이나 집회 따위를 총지휘하여 효과적으로 진행함.

3. 어떤 상황이나 상태를 만들어 냄.


 연출이란 지휘하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게임으로 치자면 시나리오, 그래픽, 시스템, 음향효과를 하나로 엮어내는 것이다. 총 지휘자를 제외하고 각 파트별 인원이 한 명씩이 있다 치더라도 벌써 넷이다. 지휘자가 무엇을 만들지 머릿속에 생각해둔 것을 구성원들에게 알아듣게 설명을 해야 올바른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법. 엔터테인의 경우 기획자는 글과 그림으로 파트별 담당자에게 설명하게 되는데, 이것을 콘티라고 한다.

 

 콘티의 목적은 자신이 원하는 연출이 무엇인지를 구성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므로 전문 적인 묘사는 필요치 않다. 연출의 흐름상의 특징만을 잡아 설명할 수 있으면 된다.


 예로 든 이미지들은 지인의 블로그에서 퍼왔음을 명시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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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컨셉 콘티>

www.wonderfulworldofanimation.com에서 발견한 T모 감독의 콘티. 그의 작품 ‘크리스마스의 앙몽(가칭)’에 사용된 콘티다. 저작권 협의가 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실제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점을 양해해 달라.


 캐릭터 컨셉 콘티의 경우 이 캐릭터의 외관적 특성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 캐릭터는 어떤 표정을 짓는지를 알 수 있다. 최종 결과물과 비교해 보면 조잡한 스케치에 불과하지만, 이렇게만 봐도 캐릭터의 특징을 인식할 수 있다.


 그나마 T모 감독은 그림을 ‘굉장히’ 잘 그리는 편에 속한다. 디자인 전문가가 아니면 알아볼 수조차 없는 추상적 그림실력을 지닌 감독들도 많다고. 오죽하면 영화를 제작하지 않을 때도 언제 아이디어가 튀어나올지 몰라 콘티 담당 그림쟁이를 항상 대동하고 다니는 감독도 있다. 그 반면 전문가 뺨치는 필력을 뽐내는 감독도 있다고.


다음 소개할 콘티는 장면의 흐름을 표현한 연출콘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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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의 흐름을 보여주는 콘티>


 주인공 캐릭터가 놀라는 장면에 관한 콘티이다. 어째서 주인공이 놀라게 되는지, 그리고 화면과 화면의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 두 장의 콘티  만으로도 등장캐릭터는 누구이며, 어떤 캐릭터가 어떤 동작을 할 것이며, 캐릭터의 표정은 어떻게 변할 것이며, 어떤 카메라 기법을 쓸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정보들은 단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콘티다. 연출가는 자신이 원하는 장면이 무엇인지를 제시할 수 있는 콘티를 작성할 수 있어야 하며, 각 파트의 담당자들은 이러한 콘티를 보고 감독이 정확히 어떤 것을 원하는지 섬세하게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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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대사와 기분을 전달하는 콘티>


 

 필요할 경우 직접적으로 콘티에 대사를 적기도 한다. 그림에 자신이 없는 연출가는 심지어는 대사나 설명으로만 이루어진 콘티를 만들기도 한다. 콘티의 목적은 파트별 담당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가장 직관적이고 효율적인 표현법인 그림을 사용하는 것이 최고이나, 상황에 따라서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여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올바른 콘티제작의 자세다. 예를 들어, 여기서 어떤 느낌의 곡을 사용할지를 음향담당에게 보여주기 위해 선 하나만 그려진 콘티를 제작할 때도 있다. 이퀄라이저를 보고 사는 음향담당에게 그보다 더 직관적이고 효율적인 콘티는 없으니까.


 창작이란 머릿속에 있는 두루뭉실한 꿈을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작품으로 내놓는 것이다. 콘티란 꿈이라는 막막한 바다를 저어갈 배와 같다. 이 중요한 작업을 창작하는 본인이 아니라 다른 이에게 맡긴다면 망망대해에서 자기 배의 제어권을 남에게 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 때론 전문가에게 조언을 요청하는 것도 좋지만, 이거 하나는 명심하라.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것을.



Posted by 파란솦 음침
 

 엔터테인 산업은 프로젝트로 이루어진다. 프로젝트란 목적이 있는 사업이다. 업체에 따라 이 사업의 목적은 실로 천차만별이나, 최종적인 목표는 결국 돈이다. 즉 상업성과 대중성이 목표이며 그 성공은 대중이라는 집단에 대한 연구와 분석에 달려있다. 그러나 프로젝트는 업체와 구성원의 사정에 따라 개발일자가 제한되어 있고, 그 제한된 기간 내에서도 대상 타겟에 대한 분석을 할 시간은 더더욱 제한된다. 결국 프로젝트 팀 내에서 분석가 역할을 맡은 이는 빠르고 쉽게 가져갈 수 있는 도식화된 정보를 얻어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분석가는 그 원리와 자세한 사정도 모른 채 그래프와 숫자만을 보고 앞으로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돈이 될지 애매한 유추를 해야 한다. 결국 이러한 급조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거대한 불안요소를 떠맡은 채 진행된다.


 여기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more..





 

Posted by 파란솦 음침
 

 기획자, 감독들에게 있어 할리우드가 종종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으로 표현된다. 물론 그들도 수많은 실패자를 밟고 서서 한 명의 운 좋은 성공자가 나오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몇 세대를 넘어 명문으로 존재하는 장소가 있다. 영화 연출과 콘티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얻고 있는 와중에 가장 놀란 점은 바로 이것이다. 「학교-스튜디오-감독-자회사」라는 일련의 족보와 명배우들로 이루어진 영화집안들.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계속 선대를 뛰어넘는 명감독이 배출되는 이유는 연출 교본이 있어 노하우가 고스란히 축적되고 다음 세대로 넘어가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개인적이고 합리적이라 소문난 미국에서도 엔터테인에 관해선 상상 이상의 폐쇄적인 수직관계를 이루고 있다.


 주로 연극가나 영화가를 주인공으로 다룬 드라마와 만화를 보면 그 계통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불합리한 단순한 노력의 강요에 고통받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 나오는데, 실제로도 그럴까? 천만의 말씀. 물론 교육 초기에는 아이 본인의 노력에 호소하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다. 노력하는 자세를 만들어야 어떤 교육도 결실을 맺을 테니까.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정말 합리적인 방법은, 노력해서 배울 기반을 만들어낸 아이에게 자신이 축적한 노하우를 그대로 물려주고 그를 뛰어넘게 만드는 것이다. 그 노하우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하는 것도 굉장한 시간이 걸리지만 분명 같은 재능을 갖고 있다면 그 노하우를 만들어낸 당사자보단 적게 걸릴 것이다. 또한 동시에 시대의 흐름에 따른 노하우의 첨가나 기존 노하우의 수정도 이루어진다. 노하우가 쌓이고 쌓여, 심지어는 마트에 물건 사러 가는 장면에 나올 가장 효율적이고 시각적으로 뛰어난 비닐봉지 종류와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물품 배치까지 연출교본에 적혀 있으며, 스튜디오 내부의 연출가 후보와 신참 감독들은 이를 보고 익힌다. 때문에 그들은 다른 소규모 스튜디오의 신인 감독들처럼 0에서부터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완성도가 검증된 수많은 숫자에서 아홉 개를 뽑아 배열한 뒤에 나머지 1에 자기 색을 섞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자칫 창작을 획일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전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왜냐면 서비스의 대상이 인간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개성이 있다곤 하지만, 의외로 동 시대 사람들이 아름답고 귀엽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폭은 굉장히 좁다. 시간이 지나 세대가 바뀐다고 해도 그 폭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뿐더러 변화가 있다 해도 시대상황을 관찰하면 쉽게 기존의 교본을 수정할 수 있다.


 클래식 음악으로 예를 들어 보겠다. 엔터테인을 기획하는 사람에게 있어 최고이자 최대의 목표는 현재의 클래식의 위치이다. 양식 있는 점잖은 신사숙녀가 듣는 음악이라는 확고한 목표 이미지가 있고, 완벽하게 이론화되어 있기에 몇 세기에 걸쳐 끊임없이 작품이 나오며, 또한 사랑받을 수 있었고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받을 것이라 여겨진다. 클래식이 이토록 확고부동한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는 화성악이라는 연출교본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가청음중에 어디에서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그 가청음의 폭을 어느 간격으로 나누어야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지. 어떤 음의 조합이 아름답게 들리고 어떤 조합과 조합이 연결되었을 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철저하게 도식화되고 기록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후배들이 보고 배우고 창작하고 있다. 어찌 보면, 클래식이야말로 그저 교본에 있는 음표의 덩어리들을 늘어놓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그러나 세상의 그 누구도 클래식에 표현력이 없다고 쉽사리 말할 수 없다. 그런 말을 공공연하게 했다간 엔터테인 관계자들은 물론이요, 악보 한번 써본 적 없는 일반인들도 코웃음을 칠 것이다. 작곡가, 지휘자, 악기 연주자의 실력에 따라 셀 수 없이 많은 음이 나오고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 적고자 하는 엔터테인의 연출이란 클래식의 화성악과 같다. 대상 타겟별 특징을 분석해 대상별로 창작의 매력 포인트를 정립하겠지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 낼지는 전적으로 창작자 본인의 몫이다. 기획자의 개성, 디자이너의 개성, 시나리오 라이터의 개성, 프로그래머의 개성, 작곡가의 개성이 하나가 되는 게임이라는 엔터테인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게임연출이란 그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일 뿐이다.



Posted by 파란솦 음침
 

 창작가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지 7년. 게임을 만든다고 떠들기 시작한지 4년째. 열정을 갖고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게임 제작자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번듯하게 내 놓은 작품은 하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는 일이라곤 리스크 적은 미니게임 외주를 받아서 그때그때 적당히 개발비 벌거나 개발팀에서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아이콘 도트를 찍어서 보내주는 것 정도다. 어딜 봐도 화려한 구석은 전혀 나오지 않는 삶이건만, 그럼에도 나와 같은 길을 꿈꾸는 아이들의 눈엔 그 모습이 그렇게 빛나 보이는 모양이다.


 까놓고 말해, 나는 유명하지 않다. 누구처럼 이름만 들으면 ‘아 그 게임 일러스트 그린 사람’이라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사람은 아니고, 누구처럼 게임 타이틀만 들어도 ‘아 그 게임’이라고 감탄하게 되는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현직 게임 개발자들조차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이름 없는 개발팀의 일개 디자이너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상담을 해 오는 동생들이 매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개중에 나를 스승으로 모시겠다는 사람 또한 부지기수이다. 이쯤 되니 위화감을 느낄 법도 하다. 단순히 내가 오지랖이 넓어서 이야기를 잘 들어주니까 그런 걸까 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그렇기엔 너무나 많은 숫자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배움을 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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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란솦 음침

K

2007/11/06 19:48


<영상출처 엠엔캐스트>




일상의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검은 고양이.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은 영원히 부족하다.

내가 앞으로 뭘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갔어.

힘들겠지.

당연히 힘들겠지.

그러면 웅덩이에 내 모습을 비춰봐.

차가운 달빛을 받으며 나에게 하나만 물어보자.

"너는 왜 편지를 물고 있지?"

Posted by 파란솦 음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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